투석 중 혈압이 떨어질 때

잠깐의 어지럼증 같지만, 반복되면 심장과 뇌의 혈류가 줄 수 있습니다

이 글의 핵심

  • 투석 중 저혈압은 흔한 합병증이지만, 반복되면 심장·뇌 등 여러 장기의 혈류가 줄어 일시적 허혈(장기 스터닝)이 누적될 수 있습니다.
  • 혈압 숫자 하나보다 투석 전 대비 감소폭·증상·초여과 속도를 함께 봐야 합니다.
  • 초여과 속도 조절, 투석 시간 확보, 저온 투석액, 투석 중 식사·약물 조정으로 반복 저혈압을 줄일 수 있습니다.

안녕하세요. 정을식내과의원입니다. 혈액투석 중 갑자기 식은땀이 나거나 속이 메스껍고, 다리에 쥐가 나면서 혈압이 떨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.

“투석할 때만 잠깐 혈압이 낮아지는 건데 괜찮지 않나요?”

“수액을 조금 맞으면 바로 좋아지는데 큰 문제는 아닌가요?”

투석 중 저혈압은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합병증입니다. 증상이 가볍고 빠르게 회복되기도 하지만, 반복되는 혈압 저하는 단순한 불편감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. 최근 신장학에서는 혈압이 떨어지는 순간 심장과 뇌를 비롯한 여러 장기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면서 일시적인 허혈성 손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. 이를 혈액투석 유발 다기관 허혈 또는 '장기 스터닝'이라는 관점으로 설명합니다.

투석 중에는 왜 혈압이 떨어질까요?

혈액투석에서는 몸에 쌓인 수분을 일정 시간 안에 제거합니다. 혈관 안의 수분이 투석기를 통해 빠져나가면, 혈관 밖 조직에 있던 수분이 다시 혈관 안으로 이동해야 혈액량이 유지됩니다. 이를 혈장 재충전이라고 합니다. 하지만 수분을 빼는 속도가 혈장 재충전 속도보다 빠르면 혈관 안을 순환하는 혈액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. 우리 몸은 이를 보상하기 위해 심박수를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킵니다.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보상 능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.

  • 투석 사이 체중이 많이 증가한 경우
  • 짧은 시간에 많은 수분을 제거하는 경우
  • 심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
  •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이 있는 경우
  • 고령이거나 혈관 탄력이 떨어진 경우
  • 식사 후 혈액이 위장관으로 많이 이동한 경우
  • 투석 전에 혈압약을 복용한 경우
  • 감염이나 부정맥 등 다른 문제가 동반된 경우

결국 투석 중 저혈압은 단순히 "물을 너무 많이 뺐다"는 한 가지 원인보다는, 수분 제거량과 심장 기능, 혈관 반응, 자율신경 기능이 함께 작용한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.

혈압이 내려가면 심장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?

투석 중 순환 혈액량이 감소하면 심장근육으로 가는 혈류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. 일부 환자에서는 투석 중 심장초음파를 시행했을 때 특정 심장근육 부위의 수축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관찰됩니다. 이를 심근 스터닝이라고 합니다. 여기서 '스터닝'은 심장근육이 완전히 죽는 심근경색과는 다릅니다. 혈류가 감소한 뒤 다시 회복되지만, 일정 시간 동안 심장근육의 수축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태를 뜻합니다. 중요한 점은 이 현상이 심한 관상동맥질환이 없는 환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. 투석으로 인한 순환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작은 허혈성 손상이 누적되고, 장기적으로 심장 기능 저하와 심부전 위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.

혈압이 아주 낮지 않아도 장기 혈류가 줄 수 있습니다

투석 중 저혈압을 판단하는 기준은 연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. 흔히 수축기 혈압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거나, 평소보다 크게 감소하면서 증상이 생기고 처치가 필요한 경우를 투석 중 저혈압이라고 합니다. 하지만 최근에는 혈압 숫자 하나만으로 장기 손상을 완전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됩니다. 예를 들어 평소 혈압이 180mmHg인 환자가 투석 중 110mmHg로 떨어졌다면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저혈압이 아닐 수 있지만, 환자에게는 매우 큰 혈류 변화일 수 있습니다. 반대로 평소 수축기 혈압이 100mmHg 정도이면서 증상 없이 안정적으로 투석하는 분도 있습니다. 따라서 다음 내용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.

  • 투석 전 혈압과 비교해 얼마나 감소했는지
  • 가장 낮은 혈압이 어느 정도였는지
  • 어지럼증, 구역, 경련 등의 증상이 있었는지
  • 수액 투여나 초여과 중단이 필요했는지
  • 저혈압이 반복되는지

KDIGO 역시 단일한 혈압 기준보다는 환자별 혈압 양상과 증상, 수분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.

뇌로 가는 혈류도 감소할 수 있습니다

혈압이 떨어지면 뇌는 혈관을 조절해 일정한 혈류를 유지하려고 합니다. 그러나 고령이나 당뇨병, 오랜 고혈압과 혈관질환이 있는 투석 환자에서는 이러한 자동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. 투석 중 뇌혈류를 측정한 연구에서는 일부 환자, 특히 고령 환자에서 뇌 전체와 특정 부위의 혈류가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. 이러한 혈류 저하가 반복되면 백질 손상이나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. 다만 투석 중 혈압 저하가 인지기능 저하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, 빈혈과 요독, 염증, 기존 뇌혈관질환도 함께 작용합니다.

혈압이 떨어지지 않아도 장기 저관류가 생길 수 있을까요?

가능합니다. 팔에서 측정한 혈압은 전신 순환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이지만, 각 장기에 실제로 공급되는 혈류를 완벽하게 보여주지는 못합니다. 심장 기능이 약하거나 혈관의 자동조절 능력이 떨어진 환자는 혈압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도 심장이나 뇌의 관류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. 반대로 혈압이 낮게 측정됐더라도 증상이 없고 장기 관류가 유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. 이 때문에 최근에는 '투석 중 저혈압'이라는 숫자 중심의 개념을 넘어, 투석이 유발하는 순환 스트레스와 장기 관류 감소라는 더 넓은 관점이 제시되고 있습니다.

빠른 수분 제거가 중요한 이유

투석 중 혈압 저하를 줄이려면 초여과 속도를 살펴봐야 합니다. 초여과 속도는 일정 시간 동안 체중 1kg당 얼마나 많은 수분을 제거하는지를 나타냅니다. 투석 사이 체중이 많이 증가하면 같은 투석 시간 안에 더 많은 물을 빼야 하므로 초여과 속도가 높아집니다. 초여과가 지나치게 빠르면 혈관 안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혈장 재충전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혈압 저하와 장기 관류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집니다. 따라서 투석 중 저혈압이 반복될 때는 건체중만 올리는 것보다 다음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.

  • 투석 사이 체중 증가량
  • 실제 투석 시간
  • 초여과 속도
  • 염분과 수분 섭취
  • 심장 기능
  • 잔여 소변량

때로는 투석 시간을 조금 늘리는 것이 건체중을 계속 높이는 것보다 더 생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.

건체중을 높이면 혈압 저하는 해결될까요?

건체중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면 수분을 과도하게 제거해 저혈압이 생길 수 있습니다. 이 경우 건체중 조정이 필요합니다. 하지만 혈압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건체중을 반복해서 올리면 몸속 수분이 과도하게 남을 수 있습니다. 그 결과 투석 전 고혈압, 부종, 호흡곤란과 심장 부담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. 즉, 투석 중 혈압 저하와 투석 사이 수분 과다는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. 심부전이나 자율신경 기능 저하가 있는 환자는 몸에 수분이 많은데도 투석 중 혈압이 쉽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. 따라서 건체중은 부종의 유무만으로 결정하기보다 다음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.

  • 투석 전후 혈압
  • 부종과 호흡곤란
  • 흉부 X선과 심장초음파
  • 체성분 또는 폐수분 측정
  • 투석 중 증상
  • 투석 후 회복 상태

투석액 온도를 낮추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

투석 중에는 체온이 미세하게 상승하면서 피부혈관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. 이는 혈압 유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. 투석액 온도를 환자의 체온보다 약간 낮게 조정하면 말초혈관 수축이 유지되어 혈압 저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. 다만 모든 환자에게 같은 온도를 적용하기보다는 추위를 느끼는 정도와 심혈관 상태를 고려해 개별적으로 조절해야 합니다. 최근 영국 신장학회 지침도 반복적인 투석 중 저혈압을 줄이는 방법으로 저온 투석액과 투석 시간 또는 빈도 조정을 제시합니다.

투석 중 식사가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

식사를 하면 소화를 위해 혈액이 위와 장으로 이동합니다. 건강한 사람은 이를 충분히 보상할 수 있지만, 자율신경 기능이 떨어진 투석 환자에게는 식후 혈압 저하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. 특히 다음 환자는 투석 중 많은 식사를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.

  • 고령 환자
  •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이 있는 경우
  • 투석 중 저혈압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
  • 심장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

다만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 투석 중 식사를 무조건 제한하면 단백질·열량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. 따라서 식사 여부는 저혈압 위험과 영양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.

혈압약은 투석 날 모두 중단해야 할까요?

투석 중 혈압이 떨어진다고 모든 혈압약을 일괄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닐 수 있습니다. 혈압약의 종류에 따라 작용시간과 심장 보호 효과가 다르고, 약을 중단하면 투석 사이 혈압이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. 반복적인 저혈압이 있다면 다음을 구분해서 살펴봐야 합니다.

  • 어떤 혈압약을 복용하는지
  • 복용 시간이 언제인지
  • 투석 전 혈압과 가정혈압은 어떤지
  • 심부전이나 부정맥 치료 목적으로 필요한 약인지
  • 투석으로 제거되는 약인지

필요하다면 투석 전 약을 무조건 끊기보다 복용 시간을 저녁으로 옮기거나 약의 종류와 용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.

환자가 기억하면 좋은 신호

투석 중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참지 말고 바로 의료진에게 알려주세요.

  • 식은땀
  • 갑작스러운 하품과 졸림
  • 메스꺼움
  • 어지럼증
  • 복통
  • 가슴 불편감
  • 다리 또는 복부 경련
  • 시야가 흐려짐
  • 갑작스러운 기운 저하

혈압이 실제로 떨어지기 전에 이러한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분도 있습니다. 증상이 시작된 시점과 식사 여부, 제거한 수분량을 함께 기록하면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.

좋은 투석은 '목표 수분을 모두 빼는 것'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

투석이 끝났을 때 계획한 체중에 도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.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반복적인 저혈압과 장기 저관류가 발생한다면 처방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. 좋은 투석은 다음 두 목표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입니다.

  • 몸에 불필요한 수분을 충분히 제거하는 것
  • 심장과 뇌에 필요한 혈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

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수분 섭취 노력뿐 아니라 충분한 투석 시간, 적절한 건체중, 초여과 속도, 투석액 온도와 약물 복용을 함께 조정해야 합니다.

마무리

투석 중 혈압 저하는 잠깐 어지럽다가 회복되는 단순한 증상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. 하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심장과 뇌를 비롯한 여러 장기의 혈류가 감소하고, 일시적인 허혈성 기능 저하가 누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. 투석 중 저혈압이 자주 나타난다면 수액을 맞고 다시 투석하는 것만 반복하기보다 원인을 구체적으로 찾아야 합니다. 투석 사이 체중 증가량, 초여과 속도, 건체중, 심장 기능, 혈압약과 식사 시간을 함께 살펴보면 더 안정적인 투석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. 투석의 목표는 단순히 물을 많이 빼는 것이 아니라, 필요한 수분은 제거하면서도 장기의 혈류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입니다.

본 칼럼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, 개별 환자의 진단·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. 투석 처방과 약물 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. — 정을식내과의원 신장내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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